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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시대를 넘어: 한중 신에너지차 협력의 새로운 좌표

출처: 발표 시간:2026-01-30 13:46:45 조회 수:
발표 시간:2026-01-30 13:46:45
김종문·글로벌혁신센터(KIC중국) 센터장
 
2026년 새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은 양국 관계에 질적 도약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경제·산업 협력 분야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실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신에너지차(NEV) 산업은 양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협력의 대상이다. 202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지능화의 중심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한중 양국은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경쟁자’인 동시에 ‘파트너’로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글로벌 전환점, 그리고 한국 시장의 개방
2025년 글로벌 신에너지차 시장은 역사적인 전환을 맞았다. 전 세계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5%를 돌파했으며, 중국은 소매 침투율이 11월 기준 59.3%에 달하며 연간 1,600만 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역시 정부의 보조금 확대와 충전 인프라 구축이 맞물려 신에너지차 대중화의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 신에너지차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이제 ‘시험적 진출’이 아닌 ‘본격적 경쟁 참여’의 성격으로 바뀌었다. 비야디(BYD)와 지커(Zeekr)가 잇따라 시장에 진입했고, 샤오펑 모터스(Xpeng)도 진출을 준비 중이다. 과거와 달리 이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성숙한 산업 체계와 대규모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배터리 기술, 지능화 수준, 소프트웨어 경험 등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정면 승부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상호 보완적 구조의 발견
중국 기업의 진출이 한국 시장에 위협이 될 것인가, 기회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양국 산업 구조의 상호 보완성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동력 전지 분야에서 중국은 소재·셀·시스템 통합(SI)에 이르는 완성된 산업망과 원가 관리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하이엔드 배터리 소재, 안전성 및 신뢰성 검증, 글로벌 완성차 협력 경험에서 강점을 지닌다. 특히 한국은 하이니켈 양극재, 분리막, 차량용 반도체 등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공급망 안정화와 비용 최적화를 위한 협력의 여지가 크다.
둘째, 스마트 기술과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중국은 실제 주행 환경 기반의 응용력, 알고리즘 업데이트 속도, 스마트 기기 생태계 연계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 차량용 통신 모듈, 정보 보안, 인간-차량 인터페이스(HMI) 설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구현을 위한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
셋째, 에너지 관리 및 시스템 최적화에서 한국은 축적된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열관리 기술에서 앞서는 반면, 중국은 데이터 기반 최적화와 플랫폼화 개발에서 유연성을 보인다.

‘기회의 창’을 통해 본 협력의 로드맵
2026년 한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정책을 ‘시장 규모 확대’에서 ‘산업의 질적 수준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전환하고 있다. 전국 단위 충전 인프라 확충, 특히 800V 고전압 급속 충전 네트워크 구축, 대중교통 및 물류 분야 시범 사업 확대, 기업 참여형 기술 표준 수립 등을 추진 중이다.
이는 양국 협력에 있어 최적의 ‘기회의 창’이다. 중국은 대규모 상용화 경험을, 한국은 정밀 제조와 소재 기술, 시스템 안전성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판매 경쟁을 넘어 핵심 부품 공동 개발, 현지화 부품 공급, SDV 구현을 위한 공동 테스트 및 플랫폼 구축 등 세분화된 영역에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미래를 향한 제언
향후 5~10년간 한중 신에너지차 관계는 ‘병행 발전’에서 ‘구조적 상호 작용’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단일 시장 진출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체계에서 각자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단기적으로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은 시장 구도를 ‘국내 중심’에서 ‘다원적 경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기술 표준 수립, 공급망 분업, 지역별 시장 전략에서 새로운 협력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양국이 경쟁 속에서 협력의 규칙을 만들어 간다면, 이는 동북아 지역의 산업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신에너지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국가 간 경쟁’에서 ‘시스템 간 협력’으로 전환하는 글로벌 상생 모델이 될 것이다. 2026년, 양국 정상의 만남이 시작하는 새로운 대화의 창을 통해, 한중 양국은 신에너지차 산업에서 경쟁을 넘어 협력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